최근 10대 청소년 및 연예인의 극단 선택이 연이어 발생했다. 한 10대 청소년의 자살 과정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중계되며, 이를 표방한 또 다른 10대 청소년의 극단 선택 시도 소식도 알려졌다. 연이은 극단 선택 사례에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선철 의학과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를 만나 극단 선택이 연이어 발생하는 '병든 사회'에 대해 알아봤다.
박 교수는 "최근 사회 전반으로 자살 시도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조치가 약화'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할 때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기도 했었다"며 "종식에 가까운 정도로 일상이 회복된 지금 그동안 누적됐던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예인을 비롯한 예술계 종사자들의 극단 선택 소식도 연이어 들린다. 예술인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을 자료화한 결과를 살펴보면, 아동기 외상 경험 및 정서적 민감도가 높다. 박 교수는 "예술가들은 어떤 것에 대한 갈망과 결핍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그 결핍은 동시에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대표적인 취약성에는 예술적 성취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차별화된 일상에 관한 압박이 있다"고 설명했다.
▲ 박 교수는 최근 자살 시도가 늘어난 이유로 코로나19 완화 후 누적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렸다. ⓒ 게티이미지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란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사망하면,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박 교수는 "유명인의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여러 연구에 의해 입증된 만큼 후속적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보도 매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안한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며 미디어의 영향력이 큼을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2.7명에 달했다. 박 교수는 현상의 원인으로 '치열한 경쟁 구조'를 꼽았다. 그는 "청소년들의 극단 선택의 대표적 원인은 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그 자체에 있다"며 "경쟁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나만이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청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사회 구조에 놓여있다.
▲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하는 게이트키퍼 양성 교육인 '보고 듣고 말하기'. 박 교수는
해당 교육 제작에 참여했다. 교육을 원한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방문해 누구든 받을 수 있다. ⓒ 박서영 기자
경제적, 가정 내부의 이유로 경쟁의 대열에 서지 못 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다. 최근 한 청소년이 자살 과정을 SNS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한 사건에 대해 박 교수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극단적 형태로 표현한 것 같다"며 "최소한의 돌봄을 받지 못 한 채 살아가는 청소년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청소년 자살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것은 행정부처 간 일원화의 부재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며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 제도 및 행정부처 일원화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게이트키퍼(Gatekeeper)'란 자살 위험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의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고, 위급 상황에서 자살 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해 관리·지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박 교수는 효과적인 자살 예방 대책으로 '게이트키퍼 양성'을 꼽았다. 그는 "게이트키퍼 양성은 자살 위험이 높은 지인들을 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비책이다"며 "위험 징후를 발견한 후 치료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신 질환 진료가 필요하다면 정신의학과에 방문해 적합한 진료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
박 교수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며 "우울증을 앓는 신호가 인지된다면 진료받기를 적극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 질환을 주제로 자극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접하며 불안을 더 키우지 않아야 한다"며 "전문의의 소견을 바탕으로 건강하게 잘 이겨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