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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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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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진 마음의 창으로 새로운 세상을 선물하는 연금술사 - 조희윤 안과 교수

흔히들 눈을 마음의 창이라 한다. 사람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곳도 바로 눈이다. 조희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교수는 눈 건강이 정신 건강은 물론, 삶의 질과도 직결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누군가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단순히 눈이 아닌, 그 투명한 창 너머의 세상까지 바라보게 되는 이유다.

글. 임지영 사진.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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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된 에너지로 병원을 누비는 '홍반장

_mg_9718-019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서 조희윤 교수를 모르면 간첩이다. 누군가는 ‘우리 병원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활달한 의사 선생님’이나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 중 한 명’으로, 또 누군가는 ‘모교(한양대) 출신은 아니지만 애교심 만큼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일등 선생님’으로 조 교수를 떠올린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홍보실장에 이어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주임교수까지 맡게 된 그녀는 진료면 진료, 수업이면 수업, 홍보면 홍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곳이면 빠짐없이 신출귀몰 모습을 드러내는‘홍반장’이다. 그렇다고 업무에 지쳐 기진맥진 하거나 숨죽인 배춧잎 처럼 축 늘어진 모습을 보이는 법은 절대없다. 언제 봐도 100% 충전된 건전지 같다. 그 엄청난 에너지는 대체 어디에서 공수해오는 걸까?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원래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저를 몰아붙여서라도 제대로 해내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사명감이랄까? 그런 건 좀 유별나게 타고난 편이에요. 소중한 저의 세 딸들이 가장 큰 에너지의 원천이라면 원천이고요."

원래 조 교수는 물리학자를 꿈꾸던 공학지망생이었다. 우연찮게 의대에 진학했는데 선택하고 보니 일의 내용이며 성격이 적성에 너무 잘 맞았다. 본과 3학년 때 전공을 안과로 턱 하니 정해버린 데에는 임상실습을 돌던 시절 어느 사시 환자와의 만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른바 ‘문제아’로 분류되는 학생이었는데 외사시가 있었어요. 성장환경도 불우했지만 사시로 인한 외모 콤플렉스도 심각했죠. 그 아이가 수술로 사시를 교정하고 나서 성격이 완전히 밝아지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단순히 눈이 아닌, 인생 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망막질환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다

사시에 흥미를 느껴 안과를 전공으로 정했는데, 막상 안과를 전공하고 나서부터는 망막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매료되었다. 어려운 도전과제라는 점이 더욱 흥미를 유발했다.

"실명유발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중 가장 흔한 곳이 바로 망막이죠. 노인층 환자도 많고 그만큼 중증질환도 많아요. 시력이 떨어지면 우울증 정도도 심해지는데 그런 분들을 치료할 수 있어서 더욱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현재 조 교수가 대표적으로 집도하는 수술은 ‘유리체절제술’과 같은 망막수술이다. 유리체 출혈로 시력장애가 심해진 경우에 시행하는 ‘유리체절제술’은 작은 가위와 흡입기를 이용해 유리체와 유리체 출혈 및 망막의 견인, 증식 섬유막 등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망막은 눈 안,혈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환자의 망막 상태는 물론이고, 망막 혈관을 통해 전신 건강도 살필 수 있거든요."

각종 망막 관련 질환들을 연구하느라 휴식마저 고스란히 헌납해온 조 교수는 최근에는 우리나라 3대 실명원인의 하나로 꼽히는 당뇨망막병증, 그 중에서도 당뇨의 고혈당으로 인해 증가한 염증물질로 유발되는 당뇨황반부종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로 인해 생기지만 그 증상이 눈에서 관찰된다는 점이 특이하지요. 그대로 방치할 경우 대부분 아주 심한 시력 감퇴를 겪게 돼요. 실제로 시력을 거의 잃고 보호자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고령의 환자가 있었어요. 3개월쯤 치료를 받던 어느 날 입술에 삐뚤빼뚤 립스틱을 바르고 오셨는데 시력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 어찌나 감동적이었는지. 의사이자 연구자 입장에서 그런 감동 보다 더 힘이 되는 게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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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물까지 닦아주는 의사 되고파

3년 전 휴식 겸 재충전을 위해 떠났던 하버드 연수에서마저 그녀는 새로운 연구 일감을 만들어 왔다. 일복과 인복이 동시에 터졌다며 웃는 조 교수는 현재 하버드에서 알게 된 연구진들과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위험인자를 안과 진료로 발견, 위험도를 줄이는 방법에 관해서도 공동 연구 중이다.

진료와 연구를 꾸준히 병행한 공로와 안과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인정받아 조 교수는 작년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의 개원기념일을 맞아 ‘총장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나섰다가 혹사당하는 건 언제나 자신의 건강.주말에 짬이 나면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고, 그래도 안되면 테니스나 아쿠아로빅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는 그녀에게 가수 이문세는‘최후의보루’다. 마사지로도 풀리지 않는 허리의 통증이나 하루를 팽팽하게 유지해온 지나친 긴장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면 ‘문세님’의 주옥같은 음악을 들으며 피로를 다스린다.

"올해는 너무 바빠 그 좋아하는 이문세 콘서트에도 못 갔어요. 매년 빠짐없이 참석하던 연례행사였는데 하는 수 없죠. 아무리 문세님이 중요해도 환자들이 훨씬 중요하니까. 우선은 음악을 들으며 서운함을 달래고 내년을 기약하는 수밖에요."

내가 지치면 나를 바라보는 주변인들도 지친다는 생각에 매 순간 스스로를 담금질한다는 조희윤 교수. 그녀의 꿈은 오래도록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의사로 남는것이다.

"힘들고 아픈 처지를 이해 못하는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어요. 측은지심을 아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힘들면 누구나 기대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럴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저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이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을 때 사람은 강해진다. 동분서주하며 몸이 모자랄 스케줄에도 여유를,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의 진짜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눈을 바라보고 눈물을 닦아줌으로써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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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윤 , #한양대구리병원 , #당뇨망막병증 , #유리체절제술 , #망막 ,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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