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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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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함께 내일, 더 좋은 의사가 되다, 정언석 교수

[산부인과 정언석 교수]

아주 느리게 자라는 나무가 있다. 몇 년을 보아도 그대로인 것 같은 나무. 
정언석 교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았다. 천천히, 하지만 촘촘하고 단단하게 자신의 존재를 
성장시키는 이. 답답하리만치 신중한 그의 성격은 지난 20년간 자신의 손에 생사를 맡긴 
수많은 환자들의 흔적이다. 환자에 대한 일이라면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의사가 되어가는 정언석 교수를 만났다. 
글. 최소희 사진. 김재이

 

하루하루 의사가 되어가다

예정보다 길어진 수술을 마치고 의국에 들어오는 그의 얼굴은 약간 지쳐 보였다. 책상 위에 놓인 질문지를 훑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는 그의 머릿속은 네시 반부터 있을 회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터였다. 마른 기침과 함께 시작된 인터뷰. 
의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예사스러운 질문을 던지자, 아주 먼 옛날의 일을 떠올려야 하는 것에 대한 당혹감이 스쳤다.

“아, 저에게 정말 새삼스러운 질문이네요. 글쎄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철저한 조사와 전략을 가지고 진로를

준비하지만, 저 때만 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저 의사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의대 진학을 결정했고 묵묵히 하다 보니 오늘이 온 거예요.”

 

의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루하루 살아오다 보니 의사가 되었다는 그의 답변은 단순히 업으로서의 의사, 그 이상을 느끼게 했다. 

새로운 인연의 시작

그와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의 인연은 2016년, 당시 한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과장이었던 현 최중섭 교무부학장의 이직 권유를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이 중단돼있던 분만실 진료를 재개하면서 새로운 인력이 필요해졌다.

저출산 시대, 어느 병원에서나 산부인과 운영의 어려움은 매한가지였지만,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내린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의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 때 제 나이가 45살이었어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리잡기에는 꽤 많은 나이였죠. 하지만 ‘사랑의 실천’이라는 고귀한 사명에 대한 이끌림과 경기동북부 의료의 중심인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의 비전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산부인과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를 제외한 모든 전문의 선생님들이 건강 상의 이유로 은퇴 혹은 사직을 하게 된 것. 이제 막 들어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던 그는 졸지에 당시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의 유일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됐다. 

“그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요. 저 혼자 그 많은 환자들을 본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거든요. 또 산모들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오잖아요? 낮에는 부인과 질환을 보고 밤에는 제왕절개를 하는 일상이었죠. 그렇게 힘든 상황을 견딜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저만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힘들었던 시기에 오히려 병원에 대한 책임감과 애착이 강하게 생겼던 것 같아요. 더불어 주변 분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습니다. 일단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현 한동수 병원장님의 무한한 지지와 격려는 커다란 버팀목이 됐습니다. 또한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며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신 심장내과 신정훈 교수님, 홀로 하는 수술에 항상 협력해주시고 든든하게 받쳐 주신 외과 김민규 교수님, 성형외과 장정우 교수님 등 여러 교수님들이 아니었다면 그 시기를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