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의술의 만남 - 에드바르트 뭉크 | 우울증 & 정신건강의학과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로, 노르웨이 지폐에 그의 얼굴이 들어가 있을 만큼 자국 국민의 사랑을 받은 예술가이다. 대표작 ‘절규’는 많은 이들에게도 익숙한 작품으로, 그림의 구도자체가 불안정하게 설정되어 강렬한 색상, 어두운 색조와 함께 보는 이에게도 불안을 전염시킨다.
글. 최준호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뭉크 - 절규 1910뭉크는 “나는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2가지를 물려받았다. 하나는 허약함과 정신병이다”라고 했다. 스스로 병약함과 정신적인 결함을 인정할 만큼 약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뭉크의 작품은 사랑, 고통, 죽음, 불안 등을 테마로 내면의 자기표현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늘 병과 죽음이 함께 했던 그의 가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예고 없이 항상 곁에서 불쑥 나타나는 심각한 삶의 국면인 질병과 죽음에 대해서 항상 직면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가정은 일견 19세기 노르웨이에선 상류층에 해당하는 선망하는 가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5살이던 1868년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사망하면서 불행은 시작되었다. 먼저 그의 아버지가 거칠고 편벽한 성격으로 변했다고 하며, 어머니 대신으로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누나도 결핵으로 사망한다. 이러한 가정 배경은 그를 내향적인 성격으로 만들어 갔다. 후에 작업한 ‘병든 아이’라는 작품은 누이에 대한 그의 기억의 산물이었다고 한다. 내재한 우울함과 죽음에 파묻혀 지내던 어린 시절, 그는 공업고등학교를 접고 국립공예학교에 입학한다. 이곳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 그의 내면세계가 회화로 승화되고, 예술가로서 일생을 걸어가게 된다. 1889년에는 국비 장학생으로 파리에 유학하게 되면서 인상파 화가와 만나 여러 걸작을 낳게 된다. 인상파, 신인상파에 머무르지 않고 상징주의 등을 흡수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 영역을 구축하던 중, 또다시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으로 절실하고 절박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매달리게 된다. 당시 일기장엔 “여자들이 뜨개질을 하고 남자들이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을 그리는 실내화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내 그림은 숨을 쉬고, 느끼고, 괴로워하고, 사랑하면서, 살아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내 작품을 보는 사람은 신성함과 높은 정신세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교회에서처럼 모자를 벗게 될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질투, 1895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절규’라는 작품은 1893년 그의 전성기에 나온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 뭉크 자신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해 질 녘에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한쪽으로는 시가지가 펼쳐져 있었고 밑으로는 강줄기가 흐르고 있었는데 마침 해가 떨어지려는 때여서, 구름이 핏빛처럼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하나의 절규가 자연을 꿰뚫으며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절규를 정말 들었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상상의 산물도 아니고 냉정한 관찰과 분석의 결과도 아니다. 감각을 통해서 내적으로 발동된 잠재된 불안과 두려움이 환각적 경험을 끌어냈고, 평상시 정신병의 발병을 두려워하던 뭉크는 그렇게 보인 순간을 시각화하여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이었다. 불안하게 설정된 구도와 주변과 유리된 공포 속의 개인은 화폭의 중심에 위치하여 보는 이의 시선을 강제로 끌어들인다. 인물을 향해 결집하여 수렴되는 주변의 색상이 나 색채는 매우 강력한 인상을 준다.
2016.11.01
1644-9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