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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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건강주치의 - 혁신의 아이콘 췌장암으로 잠들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이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삼키게 해서는 안됩니다.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2005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당시 스티브 잡스의 연설은 대학생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퍼스널 컴퓨터의 시작을 알린 애플 컴퓨터와 그래픽 분야의 혁신을 가져온 매킨토시, 누구나 갖고 싶은 ‘워너비 아이템’이 된 휴대용 MP3 아이팟, 쉬운 인터페이스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주목 받은 아이폰·아이패드까지....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욕구’를 만들어내며 혁신을 주도해왔다.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잡스>는 천재 성 이면에 한 인간으로서의 시련과 외로움, 고뇌를 함께 담아냈다.

누군가 에게는 반항아, 누군가 에게는 혁신가

JOBS_05100영화는 2001년 스티브 잡스(애쉬튼 커쳐)가 아이팟을 세상에 내놓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주머니 속에 1,000곡의 음악을 담을 수 있다는 잡스의 말에 놀란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손바닥 보다 작은 아이팟에 비친 자신감 넘치는 잡스의 눈빛에서 영화는 그의 과거로 돌아간다. 대학 교정을 맨발로 돌아다니는 잡스, 그는 이미 자퇴생이다. 자신에게 가치가 없는 과목들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는 점과 자신을 입양한 부모가 이를 위해 비싼 등록금을 낼필 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를 눈 여겨 본 교수와의 대화에서도 잡스는 세상의 기준을 순응하지 않는 특유의 반항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는 듣고 싶은 수업을 몰래 청강 하면서 자신만의 공부를 해나간다. 특히 이 때 들었던 문자와 타이포그라피 수업은 훗날 아름다운 서체가 담긴 매킨토시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에 나가서도 동료와 상사와의 불화로 마찰을 겪는 잡스. 그는 단순히 재미와 자신만의 필요로 모니터와 자판기를 만든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 영감을 얻는다.잡스는 생각 한다. ‘어떻게 하면 가전제품처럼 쉬운 개인용 컴퓨터를만들 수 있을까’ 이후 반항아 잡스와 사회 부적응자 워즈니악이 만나 차고 안에서 만든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I’은 세상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온다. 이후 후속작인 ‘애플 II’와 ‘매킨토시’가 잇달아 성공하면서 차고에서 설립된 애플은 주식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신생기업이 된다.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 세상을 변화시키다

JOBS_08553-1잇따른 성공 속에서도 결코 만족하지 않는 잡스. 치열한 집중력 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은 점점 지쳐간다. 애플 초창기 동고동락했던 워즈니악마저 “넌 혼자만의 외로운 세 계에 빠져있다. 창고 속에서 우리가 함께 이야기하고 원하는 것을 재미있게 만들던 옛날이 좋았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를 떠난다. 설상가상으로 잡스가 전문적인 경영을 위해 직접 스카우트했던 존 스컬리(전 펩시콜라 사장)가 잡스를 해임하면서, 창업자로서 회사에서 쫓겨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훗날 잡스는 애플에서 해고당한 일이 인생 최고의 사건이자 충격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영감과 신념은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넥스트와 픽사를 설립해 다시한번 혁신과 성공을 이끌게 된다. 영화는 애플로 복귀한 잡스가 특유의 자신감으로 회사를 일깨우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한지 올 해로 2년째이다. 그는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 에서 무의미해지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는다. 죽을 것이 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언가 잃을게 있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당신은 잃을 게 없으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라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글. 김한준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 교수)

김한준_교수췌장암은 여러가지 암 중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암종 중의 하나이다. 완치를 위해서 시행하는 수술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그 예후가 가장 나쁜 암종 중 하나이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췌장암이라고 하면 지레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고 현대의학을 믿지 못하고 민간요법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췌장암이 무서운 것은 췌장의 해부 학적인 위치와 생리학적인 기능에서 기인한다. 해부학적으로 복강의 가장 뒤쪽, 많은 혈관과 신경, 임파관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 위치하여 수술이 까다롭고 전이가 빠르다. 또한 췌장에서 분비하는 소화액은 수술 후 크고 작은 합병증을 일으켜 췌장 수술은 외과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난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의 합병증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고안되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수술 이외의 치료로는 완치를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근치적 수술을 받은 환자도 20%정도의 환자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수술기법의 발전 및 다학제적 합병치료가 많이 연구되어 생존률이 향상되고 있다.

췌장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하나는 소화액을 만들어 분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슐린 등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한다. 대부분의 췌장암은 소화액을 만들고 배출하는 조직에서 기원하지만 호르몬을 분비하는 조직에서도 암이 발생한다. 본문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경우가 후자의 경우로 전자보다 예후가 좋아서 내분비종양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이 성공적이었을 경우 25~90%의 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최근 발간된 월터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어 보았다. 안타까운 것은 전기에 기술된 사실대로라면 처음 우연히 발견되었을 때 수술하였더라 면 예후가 훨씬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는 처음 발견되었을 때 수술을 권하던 의료진의 치료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채식, 침술, 약초요법, 민간요법 등에 매달렸으며 결국 수술받았으나 나중에는 간으로의 전이가 발생하여 간이식 수술까지 받은 후 진단 후 8년만에 운명을 달리하였다. 스티브 잡스처럼 명석한 사람도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의 일에 대해서는 때로 옳지 않은 판단을 한다. 의료진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였다면 우리는 그가 만든 혁신적인 기기들을 10년 정도는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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