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록으로 이동

바로크 시대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심근경색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이야기

 

글. 김현진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심장내과

 

심근경색은 전 세계적으로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당뇨, 비만, 흡연 등의 동맥경화 위험인자에 더하여 스트레스와 과로는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인다. 때문에 자신을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아가기 쉬운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많이 발병한다.

예술적인 재능을 인정받으며 궁정 화가의 자리까지 오른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아무도 모르게 그의 핏줄에 천천히 쌓여가고 있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1956년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는 스페인이 낳은 유능한 바로크의 화가이다. 그는 종교화보다는 신비성을 배제한 철저한 사실주의 인물화, 특히 집단 실물 초상화에 뛰어난 궁정화가로 유명하였다. 그는 30년 동안이나 스페인의 왕 펠리페 4세와 그의 가족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로마 최고의 권력자인 교황도 벨라스케스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에 대한 재능을 보였고 프란시스코 에레라 아래서 미술 공부를 배웠으며, 12살이 되던 해 프란시스코 파체코에게 세비야의 화풍을 배우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1620년대 초 세비야에서 서서히 명성을 얻기 시작하고, 1622년 펠리 페 4세가 애정하던 궁정 화가인 로드리고 데 비안드란도가 죽고 난 후, 돈 후안 데 폰세카의 추천으로 궁정 화가로 일하게 된다. 펠리페 4세는 벨라스케스의 평생 후원자가 되어 그를 궁정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건축의 실내 디자인과 왕족들의 축제를 기획하고 관장하여 예술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자신의 초상화는 벨라스케스 외에는 아무도 그리지 못하도록 명령하였다.

벨라스케스는 그의 말년인 1656년에 자타가 공인하는 걸작 <라스 메니나스 Las Meninas(시녀들)>을 그렸다. <라스 메니나스>는 한 폭의 그림 속에 집단 초상화, 일상생활, 화실의 화가, 자화상, 실내묘사의 여러 소재들을 함께 담은 바로크 미술의 걸작이다. 이 작품에서 시선을 끄는 주인공은 펠리페 4세와 그의 아내 마리아 사이에 태어난 어린 공주 돈나 마리아 아구스티나 사르미엔테 마르가리타이다.

허리가 가늘고 긴소매 옷에 비단 드레스를 입은 금발 소녀의 시선이 무엇에 끌려있는 듯하며, 거대한 캔버스 앞에 위엄있고 고상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벨라스케스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실내에는 공주의 두 시녀와 난쟁이 두명뿐 아니라 수녀와 경호원도 있다. <라스 메니나스>는 펠리페 4세의 개인 집무실에 걸려 있을 정도로 사랑받았던 작품으로, 벨라스케스의 공간과 이미지를 종합하는 재능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벨라스케스는 61세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결핵이나 매독과 같은 만성질환에 이환되지 않았지만,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벨라스케스가 죽은 후 그보다 더 위대한 시각적 사실주의 화가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완전히 막혀서 심장 근육이 죽어가는 질환이며, 혈전이라는 피떡이 관상동맥을 갑자기 막아서 심장 근육으로의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발생한다. 심근경색 환자의 50% 이상은 평소에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으며, 따라서 평소에 건강검진을 하거나 나름대로 예방을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우선 극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하는 데, 이 고통은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으로 ‘가슴이 벌어지는 듯’, ‘찢어지는 듯’, ‘숨이 멎을 것 같은’으로 표현되고 30분 이상 지속된다. 이와 동반해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곤란,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당뇨, 비만, 흡연자인 경우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동맥경화 위험인자에 더하여 스트레스와 과로도 심근경색의 위험을 높인다.

스트레스를 더 잘 받는 성격은 A형 성격 유형(Type A personality)이며, 조바심, 공격성, 강렬한 성취욕, 완벽함을 추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진보에 대한 강한 욕구를 특징으로 하고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 많다. 대규모의 많은 연구들에서 A형 성격을 가진 이들에서 관상동맥 질환을 포함한 심장병의 발생 확률이 높음이 확인되었다. 벨라스케스도 그의 그림과 전기를 살펴보면 A형 성격 유형에 속하는 화가였으며, 다방면에 걸친 창작과 예술 활동을 하면서 궁정 내 행사와 축제를 기획하고 신경을 쓰면서 결국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심근경색증으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던 것 이다. 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 동맥경화와 연관성이 있는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사회가 우리에게 A형 성격을 바라더라도 자신의 성격이 A형 성격에 가깝다면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20.11.24

관련의료진
심장내과 - 김현진
전화예약

1644-9118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