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행복, 어버이에게 건강을 선물하다] 청각 재활로 우울증과 치매까지 예방한다
글. 정재호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이비인후과
난청이란 소리가 작게 들리거나 말소리를 알아듣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정도가 다양하며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난청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우선 정확한 검사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원인 질환이 진단될 경우엔 적합한 치료가 필요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2009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만12세 이상에서 보이는 양측 난청 유병률은 전체 4.5%였다. 만 65세 이상에서는 25.9%로, 노인 인구 4명 중 1명 이상에서 난청이 있다. 난청의 유병률은 50대 이후부터 연령이 10세 높아짐에 따라 3배씩 증가하여 50대에서는 2.9%, 60대는 12.1%, 70대 이상에서는 31.7%에 달한다.
소리는 귓바퀴와 외이도를 통해 들어와 중이의 고막, 이소골을 지나며 증폭되어 내이의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달팽이관에서 소리의 진동이 전기신호로 바뀌고 청신경을 거쳐 대뇌로 전달되어, 소리를 인식하며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외이도, 고막, 이소골의 기능은 정상이나 달팽이관, 청신경, 청각중추의 기능이 떨어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를 ‘감각신경성 난청’이라 하며, 노화성 난청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난청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외이·중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여 외이도염, 중이염 등 소리전달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확인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의 정도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난청 연령대/성별 인구 10만 명당 진료 인원(2017년)
난청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은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높다
노화성 난청을 앓는 사람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체력 및 건강상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력은 이러한 체력과 전혀 무관하게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난청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은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높다. 나아가 우울증, 치매의 위험까지 높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난청 치료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청각재활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노화성 난청은 달팽이관과 청신경, 청각중추기관의 노화 현상이다. 때문에 안타깝지만 약물이나 수술로는 그 진행을 되돌릴 수 없다. 다만 난청의 정도에 따라 보청기, 인공와우 이식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청각 재활을 할 수는 있다.
“보청기를 끼면 귀가 더 나빠진다”, “보청기를 써도 잘 안 들린다” 등의 가짜 뉴스 탓에 보청기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난청이 시작된 사람이 보청기 착용을 미루게 되면 나중에는 보청기로도 재활이 힘들 수 있다. 청력은 한 번 나빠지면 다시 회복시키기 어렵다. 청력이 나빠졌다면 보청기 착용을 통해 난청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난청은 평소 귀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85dB 이상의 큰소리가 소음성 난청을 유발한다.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최대 음량의 60% 볼륨으로 하루에 60분 정도만 사용하는 ‘60-60 법칙’을 지킬 것을 권유한다. 또한 30분 정도 이어폰을 사용했을 경우 최소 10분은 쉬는 것을 권한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 등 배경 소음이 큰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할 때 주변 소음보다 큰소리로 듣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오메가-3, 엽산, 긴사슬 다가불포화지 방산(long chain PUFAs), 베타카로틴, 비타민 A,C,E, 마그네슘 등이 청력보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조류나 채소, 과일 등 자연식품을 골고루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반면 카페인을 포함한 음료를 과량으로 섭취하면 소음에 취약해질 수 있고, 지방질이나 정제당, 짠 음식이 난청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2019.05.16
1644-9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