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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글인간, 내일의 나를 돌보다] SNS 남용으로 인한 마음 건강 지키는 법

실존과 허상의 괴리, 배려와 책임으로 좁힌다. SNS 남용으로 인한 마음 건강 지키는 법원래 인간은 고립과 접촉 사이에서 갈등하고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는 존재라고 했다. 꽤나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알베르 까뮈도 사람을 떠나서 행복은 없다고 보았지만 너무나 광범위한 인간관계에 매몰되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경험을 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예전에는 넓은 인간관계를 가지려 할 땐 명확한 자기 변화와 명백한 의도가 필요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만 가능했다. 이런 준비 또는 결단이 없이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장치가 SNS라는 생각이 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가벼운 맘으로 관계를 그려내려고 했는데 결정적으로 관계가 가볍게 다루어지기 때문에 그 결과 관계 문제에 진지하지 못하여 벌어지는 문제는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SNS에서 생긴 문제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아쉬움은 SNS는 실제 인간관계를 도식화했을 뿐 그 뒤에는 숨 쉬고 느끼고 감정을 가진 존재가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하기야 자기 자신도 미화되어 보여졌는데 상대방도 그럴 것이며, 그러니 이 공간에서 이루어진 관계는 허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듯하다. 그런데 왜 그 관계에서 생긴 문제에 집착하고 흥분하고 분노하기도 할까? 그건 나의 실제보다 이상화된 ‘SNS 상의 나’에 대한 대우가 이러할진대, ‘실제의 나는 얼마나 한심한 건가’하는 자괴심이 자극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이전부터 내가 관계를 만들어 갈 가상공간을 선택할 때부터 마음에 있었던 스스로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나온 문제일 것이다. 우린 내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빚어질 때 안타깝고 억울한 맘이 든다. SNS에서도 내 모습이 아니기에 가볍게 뛰어들었다가 내 모습이 아닌 내 표상(object)에 대해 비난이 쏟아진다면 이와 비슷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원인과 결과가 밀접하여 이해의 폭 안에 있다면 감내할 수 있고 그 결과가 참혹하지만 않다면 인간은 우울과 같은 모순된 심리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SNS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가진 적응해야 할 새로운 환경이다. 어떤 경우에도 현실 속의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배려와 책임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가 겪어야 할 갈등이 적을 것 같다. 누구도 완전히 가상에서 살아갈 순 없다. 결국은 땅 위에 발을 붙이고 사는 존재로 돌아와야 함을 잊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적응을 요구한다. 21세기에 들어서 나타난 SNS도 그중 하나 일 텐데 적응하기 어려운 노인뿐 아니라 실제 대인관계의 훈련이 안된 새내기들에게도 또 다른 적응력을 요구한다. 극단의 연령층을 서로 비교하자면 노인은 수많은 대인관계를 접해왔고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매체에 익숙하지 못해 그 경험을 이용하지 못해서 문제이고 새내기들은 그야말로 제한적인 인간관계로 다양한 사람들과 엮이는 SNS의 문제점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혜와 현명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랍문화권에선 사람이 말을 할 때 3가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첫째, 내 생각을 구체적으로 문장이나 소리 내어 말하는 말로 정확하게 만들고 둘째, 지금이 그 말을 하기에 적절한 시간과 장소인지 생각하고 셋째, 이 말이 내 입을 떠났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말하라고 한다. SNS에서 우리가 내 생각을 얘기할 때 더욱더 큰 범위에서 나도 모르는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내가 의식하지 않는다면 아마 그땐 내가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사실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글이 내 생각을 정밀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듯 읽는 사람 또한 자기 생각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SNS에서 내 책임만을 생각하고 전전긍긍할 필요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듣는다는 것을 알고 주의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않는 것이 좋다. 통상적인 사과를 하고 나머지는 상대방의 책임임을 명확히 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남들이 하는 말을 잘못 해석한 것에 유감을 표현할 뿐 더 이상의 과도한 사과는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떤 공간이든 매체이든 나에겐 자유를 주고 남들의 권리에도 침해가 없어 마음껏 들락날락하는 단골 밥집 같은 느낌으로 SNS 생활을 즐기고 있다면 바로 그 정도의 선에서 행동하면 되겠다. 이 정도를 행운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알베르 까뮈는 ‘행복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의식하지 말지어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SNS의 남용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한 처방이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니체에 영향을 받았으며 실존철학에 친숙한 노벨상을 받은 능력자도 인간관계에 고뇌했다는 것을 위로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면 더욱 고민하고 더 고뇌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은 예전보다 사회와 인간을 떠나선 살 수 없는 고도로 발달된 사회이고 그도 SNS에 올려진 자기 말 한마디에 구설수를 경험했었을 수도 있으므로.

글. 최준호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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