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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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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 여행길에 만난 공존과 성장의 공식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자전거동호회 ‘라온’

온종일 치열하게 일하다 보면 몸이 본능적으로 ‘달려야 한다’고 말하는 시간이 온다. 달리면서 머릿속을 비우면 또 새로운 생각을 채울 공간이 생기는 법. 오늘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들은 일하기 위해 달리고, 달리기 위해 또 일한다.

글. 윤진아 사진. 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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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풀고 ‘열혈 라이더’ 변신

자전거 동호회 라온자전거와 함께 은빛 물도 달리고 강바람도 달린다. 퇴근 후 양복을 훌훌 벗어 던지고 병원 인근 왕숙천 체육공원으로 모여든 자전거동호회 ‘라온’ 회원들이 이주한 회장의 구령 아래 뜨거운 숨을 내쉰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린 장맛비 때문인지 더없이 청량해진 공기에 참가한 회원들 모두 시작부터 한껏 즐거운 눈치다. 유난히 들뜬 표정의 황희수 씨가 말한다. “가끔 자전거로 출·퇴근도 하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탈 때는 평소와는 뭔가 다른 기분이 들어요. 왜,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으로 끝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음, 이건 너무 거창한가? 하하! 암튼, 열심히 일하고 후회 없이 삶을 즐기며 산다는 우리 라온의 꿈이 실현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라온은 ‘즐거운’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회장을 맡고 있는 이주한 회장은 기실 운동과는 담쌓고 살던 사람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로 에너지가 많이 소진돼 있던 작년 여름, 바쁜 일정을 쪼개 자전거동호회 ‘라온’을 만들고 회원들과 함께 매일 조금씩이라도 라이딩을 즐기며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 10_소식지_2015_09+10뭐니뭐니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회원 모두를 이끌고 처음 장거리 코스를 완주했을 때다. 혈당 수치가 높고 중성지방도 경계선에 있다는 진단을 받은 뒤 꾸준히 건강을 관리해온 결과를 테스트하는 자리였고, 아내와 자녀들에게 아빠의 도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평소에는 주중에 팔당이나 양평으로 가볍게 라이딩을 하다가 주말을 맞아 춘천까지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했는데, 며칠 전부터 설레더라고요. 절반 정도의 지점을 넘어가면 슬슬 몸에 부담이 오기 시작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어디선가 구령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누군가 ‘하나!’ 하면 무리에서 ‘둘!’이라고 함께 구호를 외치며 모두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끝까지 달린 것뿐인데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자축하며 즐거워하는 동료들 덕분에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단다. 앞서 달릴 경우 스스로를 통제하며 정진해야 하고, 뒤처져 있을 경우 앞선 선수가 안심하도록 간격을 조절하며 추격해야 하는 단체 라이딩은 공존의 법칙을 배우기에도 그만이다. 바쁜 일상 틈틈이 어떻게든 인생을 즐길 ‘짬’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좋은 사람들과의 즐거운 라이딩 한 판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또다시 다가올 혹독한 하루를 여유롭게 준비하며 라온 회원들은 환자에게, 자녀에게, 지인들에게 더 좋은 동행자가 되어간다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했다.

모두의 꿈을 싣고 달리는

자전거 딱히 거창한 신념이나 이유 같은 게 있어서 타는 건 아니라고 했다. 누구 말마따나 ‘일상 속 가장 간편한 탈것’이기에, 이들은 두 바퀴 자전거로 못 갈 곳이 없다.

07_소식지_2015_09+10“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는 바람의 느낌도 좋고, 바람을 타고 풀잎 사각거리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참 좋네요. 몸은 자전거를 타고 있지만, 기분은 하늘 위를 훨훨 날아오릅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얻는 즐거움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를 만나기도 한다는 걸 빠뜨릴 수 없지요. 몇 달 전, 아무것도 모르고 합류했던 100km 장거리 라이딩만 해도 그래요. 평소 자전거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몰라도 저처럼 조금씩 타던 사람에게는 아주 대단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 완주 경험이 일상생활에도 자신감을 주고 자기 격려에도 그만이더라고요. 그 날의 라이딩처럼 달리다 지치면 잠시 숨을 고르고, 난관에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즐겁게 전진할 용기가 생겼달까요?”

사나이로 태어나 장비 욕심 없기도 쉽지 않다. 고가의 선수용 자전거를 비롯해 헬멧, 안장 등 나날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다 보니, 문영민 씨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근검절약하며 살고 있단다. 환경보호는 물론이고 교통비 절감, 체력증진, 거기다 ‘간지’까지 더해주는 멀티플레이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의 넘치는 자전거 사랑은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임이 틀림없다.

달리자, 지금 이 순간을

바람을 밀며 걷던 길을 다시 등에 지고 되돌아오니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저문다. ‘라온’이라는 이름 아래 페달을 밟으며 함께 달린 것처럼, 이들은 앞으로도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서로에게 나침반이 되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며 꿈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08_소식지_2015_09+10

“지치고 힘들 때면 저도 그때의 ‘마의 90km 지점’을 떠올립니다. 숨이 멎고 다리가 풀리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는데, 어떤 사람은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해 주저앉고, 또 어떤 사람은 그 고비를 극복하고 완주라는 희열에 도달하지요. 업무에도 수많은 고비와 난관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고비를 넘겨야겠다는 의지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못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서정원 씨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다가도 고지가 보이면 없던 힘도 솟아나더라고 덧붙였다. 페달을 힘차게 밟고 땀과 함께 일상의 묵은 먼지를 날려버리며, 라온 회원들이 발산하는 에너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이라고 믿는 사람들답게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다. 단 하나, 이다음에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돼서도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스포츠인으로 건재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단다. 자칫 한 쪽으로만 기울 수 있었던 마음에 균형을 주고 함께하는 혜안을 얻는 것이야말로 라이딩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오늘도 ‘라온’ 회원들은 세상을 향해 자전거 바퀴를 높이든 참이다.

다이내믹 한양 | 한양대학교의료원 임직원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20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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