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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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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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를 향하다, 사람을 생각한다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산부인과 이정한 교수

2015년 11월,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 ‘분만중’이라는 녹색 불이 들어왔다. 이 불이 다시 켜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며, 이정한 교수는 더 이상 분만실의 불이 꺼지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개인의 성취나 의사로서의 생활을 묻는 일에는 한사코 손사래를 치던 그는 지역사회에서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산부인과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르러서야 두 눈을 반짝 빛냈다.

글.박여민 사진.김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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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가 이어온 ‘산부인과는 내 운명’

“저를 인터뷰하는 건가요? 우리 산부인과가 아니고요? 아이코, 그냥 우리 산부인과만 소개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나저나 면도라도 좀 하고 올걸.”

10_소식지_2015_11+12살짝 헝클어진 머리에 면도도 하지 않은 얼굴, 넥타이를 생략한 셔츠 차림의 이정한 교수가 인사와 함께 건넨 첫 마디다.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보다도 그가 속한 산부인과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데서 직업 정신과는 또 다른, 산부인과를 향한 그의 애정이 묻어났다. 한 손으로 머리를 쓱쓱 쓸어 넘기곤 촬영 준비가 다 됐다더니, 다른 것보다도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서 다시 분만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사진 속에서도 잘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머릿속엔 온통 산부인과에 대한 생각밖에 없는 듯한 이정한 교수, 어쩌면 그와 산부인과와의 인연은 시작부터 남달랐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의 아버지가 한양대학교병원의 산부인과 교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교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만나러 산부인과를 놀러 가듯 방문하곤 했다. 급하게 돌아가는 분만실 복도의 분주함,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새 식구를 맞이한 가족들의 환희에 찬 웃음 등이 그에겐 마치 일상처럼 익숙한 풍경이었다.

“사실 다른 길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의대에 진학하고,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결정했죠. 게다가 아버지의 모교인 한양대학교로 가게 된 건데, 주변의 교수님이나 스테프분들 모두 저를 보면 당연하다는 듯 “너는 산부인과야”라고 말씀하셨죠.”

어려서부터 익숙한 풍경이었고, 당연한 내 길인 것 같았지만, 막상 산부인과 의사를 향해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소리 없이 슬럼프가 찾아왔다. 전공의 1년차 때였다. 출근 시간이 다 지나서도 집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다른 말 없이 “그만두고 싶다면 가서 사표를 쓰고 제대로 끝내라”고 했다. 결국, 이 교수는 사표를 내기 위해 출근을 했고, 분만이 있으니 할 말이 있으면 잠시 기다리라던 주임교수는 이내 분만실로 그를 불러들였다.

“아기를 그렇게 많이 받아 봤는데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론 주임교수님께서 다 지도해주셨던 거지만, 제 손으로 받아본 첫 번째 아기였으니까요. 뭐랄까, 늘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뭔가 희열이랄까, 미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아직도 그때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분만실을 나온 뒤 주임교수님이 할 말이 뭐였냐고 물으시는데, 사표고 뭐고 이미 머릿속에서 다 사라지고 계속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고위험 산모 위한 산부인과를 목표로

07_소식지_2015_11+12산부인과 중에서도 이정한 교수의 전공은 비뇨부인과 질환 분야다. 나이 듦에 따라 약해지는 골반의 문제에서 시작되는 요실금이나 자궁탈출증 같은 골반저 관련 질환이 중심이 된다. 2009년에는 이 분야의 공부를 위해 미국의 스탠퍼드로 1년 반 동안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전공이나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11월부터 다시 운영되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산부인과의 분만실 소식이라며 이 교수는 금세 화제를 돌렸다.

“산부인과 분만실이 새롭게 정비를 마치고 다시 열게 됐어요. 요즘 초산 임산부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언제 어떤 위험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산모들은 대부분 대학병원을 찾아오곤 하죠. 대학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에 대한 믿음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구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구리·남양주 지역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우리 병원 산부인과가 해야 할 역할이에요.”

특히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은 인근 지역의 하나뿐인 대학병원이자 유일하게 미숙아를 위한 신생아실을 운영하는 병원이다. 그리고 이제 재정비를 마친 산부인과가 함께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낼 차례다.

“무엇보다도 지역 산부인과와 긴밀한 연계 속에서 인근 지역 고위험 산모를 위한 시설이 될 겁니다. 전 스텝들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간호사들은 모두 조산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어요.”

현재 이정한 교수의 머릿속은 산부인과에 대한 고민과 앞으로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생각으로 꽉 차있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것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은 젊은 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지치지 않기 위해, 더 오래 멀리 가기 위해 때로는 호흡의 완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럴 때면 늘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쉼표를 찾는다고 한다.

“책은 정말 많이 읽어요.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 편인데 사람들 살아가는 인생이 담긴 이야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책을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거죠. 저마다 다른 인생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그 끝엔 또 태어나는 아이들이 보여요. 그 작은 생명 들도,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각자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겠죠?” 새삼스레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그렇게 문득 찾아온다. 하나의 인생, 어떤 삶의 시작을 받아내는 일이라니,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의사로서의 사명감까지 되살아나곤 한다.

어려움 끝에 찾아오는 가장 큰 기쁨, 출산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산부인과에서 재직한 지 벌써 13년. 그사이 수많은 산모를 만나고, 셀 수 없이 많은 아기를 받으며 이제는 나름 노련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정한 교수에게 산모는 무서운 존재다. 08_소식지_2015_11+12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표현이 맞겠죠. 진통이 시작되면 산모마다 다르지만, 보통이 열 시간이에요. 산모들은 그 시간 동안 진통을 견디고 있는 거죠. 그런데 열 시간 기다린다고 바로 아기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밤을 새우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를 넘기기도 하죠. 그래도 기다려야 해요. 늘 기다리고, 함께 곁에 있으면서 계속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어쩌면 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거예요.”

하나의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 여정의 어려움과 또 그 기다림의 위대함을 너무 잘 알아서일까, 아무리 경험해도 아기가 나오는 그 순간은 늘 경이롭고 소중하기만 하다. 하지만 정작 이정한 교수 본인의 아이는 직접 받지 못했다. 많이 긴장할 것 같았는지 동료에게 맡긴 채 자신은 어깨너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녀 이야기에 다시 한 번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에겐 요즘 늦둥이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제일 즐겁다. 자신의 행복은 두말할 것 없이 자녀들이라며 이정한 교수는 늦은 나이에 출산을 고민하는 이들을 향해 덧붙였다.

“언제든 안심하고 찾아오세요. 제가 그리고 우리 산부인과가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걱정 없도록, 잘 지켜보고 힘이 되어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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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 #한양대구리병원 , #산부인과 , #분만 , #신생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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