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녕하세요 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목록으로 이동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행복한 작은 거인, 김한준 교수

안녕하세요, 선생님 |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김한준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 교수

사랑실천_2014_7~8_안녕하세요_김한준_4 한 가지 분야에 오래 몸담다 보면 그 일을 천직으로 여겨 즐겁게 매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몸에 밴 일상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마흔아홉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앳된 외모의 소유자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 김한준 교수는 의사면허를 받은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낮은 목소리로 나긋나긋 건네는 김한준 교수의 말 속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이 한마디가 그의 삶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었다.

글. 이지연 사진. 김상민

환자와 의사라는 본질에 집중하다

사랑실천_2014_7~8_안녕하세요_김한준_2오전 회진 시간, 김한준 교수가 8층 입원실에 잰걸음으로 들어섰다. 여유롭고 인자한 미소 뒤에는 환자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살피는 예리함이 엿보였다. 차분한 어조로 환자의 예후를 살피던 그는 내내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70대 환자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집도의를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입원 환자들에게 담당 교수의 방문은 장마철 잠깐 드는 볕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회진을 하는 날이면 오래도록 담당 교수를 붙잡고 얘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 모든 환자들의 마음일 터. 그 누구보다 이런 마음을 잘 헤아리는 김한준 교수는 바쁜 내색을 비치지 않고 되도록 오랜시간 환자와 이야기를 이어가려 애쓴다. 환자들도 그의 마음을 헤아리듯 온몸으로 반가운 기색을 표한다. 김한준 교수는 ‘의사’라는 사회적인 지위와 신분을 내세우지 않고, 환자와 의사라는 본질적인 관계에 더 집중한다. 거기에 사람과 소통 할 줄 아는 타고난 기질을 더했으니 환자들이 그를 반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렇듯 작은 체구에서 은근하게 뿜어져 나오는 김한준 교수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그에게 ‘작은 거인’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간담췌는 외과의로서 도전해볼 만한 분야

사랑실천_2014_7~8_안녕하세요_김한준_3사실 김한준 교수가 몸담고 있는 간담췌 분야는 이름 그대로 간과 담(쓸개), 췌장의 진료 및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분야이다. 우리 몸의 해독작용과 면역기능 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면서도 자각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 다양한 소화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지만 위장의 뒤쪽 부분에 숨어 있듯 자리해 병의 조기발견이 어렵고 수술이나 치료가 쉽지 않은 췌장, 간에서 분비되는 쓸개즙을 저장해 소화를 돕는 담 등은 몸 속 깊숙한 곳에 자리한데다 주변의 혈관이나 복잡한 부분들을 거쳐야 한다. 외과 중에서도 수술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파트다. 간단한 담낭수술부터 담낭결석 및 용종, 담도암, 간암, 췌장암 등 다루는 장기와 질환이 복잡해 혹독한 수련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간담췌 분야 외과의로 거듭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간담췌 분야는 장기의 위치와 특성 때문에 정교한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자각증상이 없는 데다 조기 발견의 어려움이 있는 장기들이라 병이 심각하게 발전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죠. 그만큼 수술의 경과가 환자의 목숨을 좌지우지하기에 외과의로서 힘들 때도 있지만,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의대생들이 선택을 기피하는 파트로도 정평이 난 ‘외과’. 그 중에서도 수술이 어렵고 다이내믹하기로 소문난 간담췌 분야이지만 김한준 교수는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단언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이 어떠한 연유로 생긴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됐다.

자신의 의무가 곧 즐거움인 사람

사랑실천_2014_7~8_안녕하세요_김한준_52007년 대한민국 상당수의 국민을 TV 앞으로 불러 모은 MBC 드라마 <하얀거탑>은 외과 전문의 장준혁(김명민 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학드라마다. 간담췌 분야의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과정을 대중에게 알린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천재 의사’라는 설정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수술 장면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김한준 교수는 자신이 장준혁처럼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의사로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의사라는 업을 선택한 연유를 물었다. 외과처럼 다이내믹한 대답을 기대 했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어렸을 때부터 의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막연히 좋은 직업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죠. 학창시절엔 물리학을 가장 좋아했고,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희한하게 시험 점수는 생물이 더 잘 나왔어요.(웃음) 의과대학에 진학해서는 외과와 방사선과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였고요. 다른 의사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었어요. 당시 제 나름대로 평하기를 방사선과는 엑스레이나 진단 기구를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환자의 몸 전체를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외과 역시 의사가 수술을 통해 대부분의 질환을 치료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험난한 과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외과의의 손끝에서 판가름 나기에 의사의 역할이 제일 두드러지는 중요한 분야라 생각했어요. 의사로서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죠.”

김한준 교수가 외과를 선택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모교인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은사였던 이광수 교수의 역할이 컸다. 물론 지금은 은퇴해 곁에 있진 않지만 김한준 교수는 수술대에 오를 때면 은사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그 또한 자신을 보고 외과를 선택했다는 후배 의사들을 볼 때면, 그 옛날 자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외과는 의료의 근간이라 할 수 있어요. 전문의들이 외과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에 앞서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 역할을 후배들에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외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의대생들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외부의 손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김한준 교수에게도 잊지 못 할 환자와의 특별한 인연이 자리했다.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였는데 새벽녘에 병원의 긴급호출을 받고 나갔더니 교통사고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남성 환자가 수술실로 들어왔다. “교통사고가 어찌나 심하게 났던지 멀쩡한 장기가 없을 정도였어요. 췌장, 소장, 신장할 것 없이 많이 손상된 상태였죠. 수술실 앞에 5~6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와 부인이 와 있었는데, 문득 내가 살려야 하는 게 단순히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시간가량의 긴 수술 끝에 환자는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그 환자 가족은 해마다 김한준 교수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을 보고 김한준 교수 또한 진심 어린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그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점점 명확해짐을 느낀다.

“아직도 간담췌 분야는 수술로 정복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진화를 계속하고 있는 과이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부분을 완성하는 게 제일 큰 당면과제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를 병행하면서,3D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에도 관심을 갖고있어요.”

자신의 손을 거쳐 간 환자들이 모두 건강하게 낫길 바란다는 김한준 교수. 전체 인생의 절반을 넘긴 지금, 좋은 직업을 택해 잘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그를 보고 있자니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 타고르의 글 귀가 떠올랐다. ‘나는 잠들어 꿈을 꾸었다네. 삶은 즐거움인 것만 같았지. 나는 깨어나서 보았다네. 삶은 의무였지. 나는 일하였다네. 그러고는 본다네. 그 의무가 즐거움이었다고.’ 응급 수술을 앞둔 교통사고 환자의 가족을 보고 문득 “내가 살려야 하는 게 단순히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한준 교수는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점점 명확해짐을 느낀다.

“간담췌 분야는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해 인공장기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4.07.02

관련의료진
외과 - 김한준
태그

#췌장암 , #김한준 , #간암 , #췌장수술 , #한양대구리병원 , #외과 , #담낭결석 , #담도암 , #vol.128 , #용종

전화예약

1644-9118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