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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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4역으로도 모자란 멀티닥터 - 문홍상 한양대구리병원 비뇨기과 교수

남자 전용으로 여겨지는 비뇨기과, 알고 보면 절반은 여성 환자랍니다

안녕_비뇨기과_문홍상_1 문홍상 교수는 코흘리개 시절 또래들이 딱지와 구슬을 가지고 놀 때 집에서 기계나 부품을 가지고 놀았다. 특기를 살리자면 전자공학이나 제어 계측을 전공했어야 마땅하지만 자의 반 타의(부모님의 뜻도 타의의 범주에 해당한다면) 반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비뇨기과라는 전공은 섬세한 것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과 기계적 호기심이 만나 일궈낸 당연한 결과였다.

“비뇨기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마이너 영역이었던 것이 요즘에는 메이저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으니까요. 도전 과제도 많아졌어요. 그만큼 더 큰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에요.”

안녕_비뇨기과_문홍상_3전문의 초기, 비뇨기과가 은밀한 신체 부위를 노출해야 하는 분야이다 보니 이곳을 찾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어렵기 마련이고 또 그렇게 해서 만난 환자들과의 첫 대면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다. 게다가 ‘남자 전용’이라는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요실금이나 과민성 방광으로 찾는 여성 환자들도 절반 정도나 되었다. 문 교수는 지금도 소변이나 성생활처럼 개인적인 부분을 상담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높고 험난하게만(?) 보이는 비뇨기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가 편안해져야 그를 만나는 환자들도 편안해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흔한 증상인 전립선비대증이나 나이 탓으로 당연시 여기는 요실금 등은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방광까지 손상될 수 있는 무서운 병인데 검진 자체를 어렵게 여긴다면 치료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비뇨기과 계통이 미세한 조직, 기관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가 치료했던 한 70대 초반의 남자 환자는 평소 소변을 흘리는 습관으로 망설임 끝에 병원을 찾았으나 검사를 해보니 이미 전립선 비대증이 발병, 악화된 끝에 방광에 소변이 넘쳐흐르는 상태였다. 다행히 수술 후 경과가 좋아 완치되었고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전립선 암 검사를 위해 문 교수를 찾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역시 전립선비대증으로 고통 받던 50대 후반의 캐나다인 환자를 치료해 나중에 캐나다로 돌아간 그 환자로부터 장거리 이메일을 받은 기억도 있다. 치료시기를 놓쳤더라면 큰일 날 뻔했는데 끝까지 친절을 베풀어줘 고통을 잘 견디어낼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계기로 정기 검진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 문 교수는 비뇨기과를 ‘아파야만 찾아오는 병원’에서 미리 찾는 병원으로 바꾸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자신의 아버지가 그에게서 4년 전 전립선 암 진단을 받은 이후 문 교수는 암 진단과 사투를 벌여왔다. 검사 자체만으로도 고역일 정도로 환자들이 부들부들 떠는 기존의 진단 방식을 손수 개선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금 연구중인 프로젝트들은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모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들이에요. 기기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의공학자들은 실제 전선에서 직접 뛰어보질 않아서 기기 사용의 불편함을 잘 몰라요. 반면 현장에서 직접 기기를 사용해본 의사들은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 기기 개발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고요.”

미드도 사수하는 마당에 일생의 프로젝트를 사수 못해요?

어릴 적 취미였던 기계 해체와 조립의 장기를 살려 그는 직접 기기 연구 개발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통증은 줄이면서 정확도는 높일 수 있는 전립선암 조직 검사기 개발을 위해 밤을 새고 수많은 논문을 썼으며 수백 번의 실험을 감행했다. 그 자신의 휴식시간이 줄어드는 고통쯤이야 환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보통 전립선암 검진에 사용하는 기기는 국소마취를 해도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픈 바늘로 열두군데 정도를 찔러야 하는 형태인데, 실은 큰 고통을 참고 검사를 받는다는 것보다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였어요.”

안녕_비뇨기과_문홍상_4문 교수는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미세한 전기 신호의 차이까지 정확히 측정해내는 기기를 개발 중이다. 실제 제품이 완성, 출시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리겠지만 일단 개발이 되면 암 검진을 받는 환자들의 고통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립선암 조직 검사기 개발 프로젝트가 프로토타입 개발 단계까지 이른데 힘입어, 요즘은 스텐트 삽입 수술 후 소변이 원활히 배출되게 함으로써 부종을 예방, 통증과 2차로 올 수 있는 염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수술보조기구를 개발중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환자들을 돌보고 강의를 했으니 이보다 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고 주변인들이 혀를 내두를 만도 하다. 늘 에너지 95% 충전 상태인 ‘에너자이저’인 그조차도 사람의 한계를 넘지 못해 스트레스와 피로에 무너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운동을 해서 엔돌핀을 생성하거나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영화를 밤새 심취해서 보거나 아내와 소소한 일상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그는 한때 대학교에서 열리는 컬트영화제 등 독립영화제까지 쫓아다녔을 정도로 못 말리는 영화광이었다. 그때의 영화 사랑이 지금은 영어 사랑, 즉 영화도 보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미드(미국드라마)’로 옮겨갔다. “<하우스>, <프렌즈>, <멘탈리스트>… 참 많이도 봤네요, 한번 꽂히면 끝까지 사수하는 편이라서.” 소아과 의사인 아내는 그가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천연 디톡스제이자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뮤즈다. “아내를 만난 건 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에요.” 2013년 역시 촌음을 쪼개 연구, 세계 최초로 '과민성방광과 섬유근통의 연관성'을 입증해보인 논문은 세계적인 권위지(Neurology & Uro Dymamics)에 편집장의 추천으로 실렸으며, 배뇨장애요실금학회의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것만으로도 까맣게 지샌 숱한 밤들을 보상받은 기분이지만, 문 교수는 이게 다 .인복’ 덕분이라며 주변에 공을 돌린다. 대체 이 많은 일들을 할 시간이 어디서 나느냐는 주변의 물음에 그는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답한다. 언젠가 똑같은 질문을 던진 광주과학기술원의 교수에게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뇨기과 교과서에 암 진단기기 개발자로 조그맣게 이름 석 자만 박힌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어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는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 같은 사람은 천년을 살아야 해!”라고 탄식한다. 문홍상 교수는 천 년을 살아도 아깝지 않은, 그런 의사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나 지금 성취하고 있는 것들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은.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하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지만 의사로서의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안다. 타고난 소명의식과 사명감 때문에라도 그가 당분간은 72시간 같은 24시간을 살 사람이라는 것을. 

201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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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의학과 - 문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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