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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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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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쥐(!)와의 고군분투, 난치·불치병 해법 찾다. 박훤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 교수

질문 하나하나를 골똘히 경청하며 최고의 현답을 들려주려고 애쓰는 의사에게 지역 주민은 물론 지구촌 의료계가 구애 중이다. 박훤겸 교수의 연구실 문에는 “오늘 너 자신에게, 너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이 걸려 있다. 그저 좀 더 나은 대안이 아닌, 이 이상은 없는 완벽한 해답을 목표로 온 힘을 다하는 그는 ‘연구를 위한 연구자’가 아니라 ‘환자를 위한 임상가’ 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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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TV 외화 시리즈 중 ‘닥터 웰비’ 라는 드라마를 감명 깊게 본 기억이 납니다. 당시 처음으로 선보인 의학드라마였지요. 웰비는 의사로서만이 아니라 판사에, 은행장에, 때로는 환자의 임종을 지키며 마지막 기도까지 해주는 역할까지, 그야말로 마을의 대소사를 두루 돌보는 인물이었어요. 저 또한 환자들에게 다정다감한 이웃이자 믿음직한 아들로, 마음 좋은 아저씨로 곁에 서서 힘이 되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의사가 되겠다는 목표 외에 다른 일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인문학과 어문학에 소질을 보였지만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본과 3학년 첫 외과 강의를 들으며 외과 전공을 결심했다. 어릴 적 꿈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여기는 그는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마을 대소사 돌보는 친근한 주치의 꿈

image박훤겸 교수의 에너지의 원천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끝없는 관심, 그리고 애정이다. “어느 주말 아침에 병원에 들어서는데 경비 아저씨가 그러시더라고요. 휴일에도 기어이 회진 나오는 의사로 악명(?) 높다고요. 하하! 실은 지도교수님들에게서 물려받은 습관이지요. 전공의 시절 선생님들 곁에서 지켜보니까, 휴일에 회진 나오시는 교수님 환자들이 더 잘 낫는 것 같더라고요. 환자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환자와 의사와의 교감이 이루어져 회복도 빨라진다고 믿어요.”

그의 ‘사서 고생’에 화답하듯,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는 구리 인근 지역 환자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환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는 간, 담도, 췌장 외과를 전공하는 박훤겸 교수를 비롯한 실력파 의료진이 각종 첨단기기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치료와 시술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가 한양대학교병원 외과 전임의 1호에요. 군의관 제대 후 간, 담도, 췌장외과를 전공하시는 김용일, 이광수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고자 학교로 온 게 1993년인데 복강경수술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때였어요. 그 해 가을 김용일 교수님이 우리 병원 첫 복강경 수술을 하셨고, 제가 첫 조수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지요. 이듬해 교수님이 병원을 떠나시면서 제게 복강경 수술을 맡기고 가셨고요. 가신 분의 빈자리가 티 나지 않도록 더욱 완벽을 기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개원 멤버로서 간암, 담도암, 췌장암환자들을 수술하면서 복강경 수술을 담낭 절제술에서 부신 절제술, 비장 절제술 등으로 발전시켜나간 박훤겸 교수는 지금까지 약 3,000례의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며 구리·남양주 지역 환자가 망우리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치료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image2001년부터 2년간 미국 버지니아 의과대학에서 임상 및 연구전임의 시간을 보낸 박훤겸 교수는 지도교수인 Dr.Fisher가 간이식 수술의 단점으로 대두된 공여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간세포 이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간이식 수술 후 면역억제제로 인한 합병증, 사망 등의 문제가 많았잖아요. 제 연구의 최종목표는 면역억제제 없이 환자를 치유하는 것이었지요. 매일 2회씩 동물실험 모델을 만들며 2년 동안 500례 이상의 쥐 이식수술을 했어요. 당시 동료들이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지요. 외국에서 온 의사가 저만큼 독하게 연구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지금도 버지니아 의과대학의 모든 관계자들이 ‘코리아의 닥터 박’에게 존경을 표한다. 꿈이 있었기에 앞만 보고 정진할 수 있었단다. 그때의 실험은 귀국 후 아주 새로운 분야인 줄기세포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

버거병, 간경화, 루게릭병 등 줄기세포로 치료

image“2003년 6월, 버거병을 앓던 53세 남자 환자가 있었어요. 담배 때문에 혈관이 쪼그라들어 양쪽 발가락을 다 잘라냈고 손가락까지 잘라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마약성 진통제를 맞으며 겨우 고통만 줄이고 있었고요. 조직 적합성 항원이 일치하는 제대혈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이 환자에게 이식하고 하루가 지나서 담당간호사에게 급히 연락이 왔어요. 밤새 주사 놔달라는 소리도 없더니, 아침까지 편안히 자고 있다고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잠이란 걸 자봤다는 환자의 감사인사도 들었습니다.”

염증이 있었던 혈관 말단 부분의 통증이 개선된 것은 물론, 손상된 피부도 살아났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모세혈관 숫자와 크기도 증가해 증세가 눈에 띄게 호전됐다.

“담배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생긴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대중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결국에는 사지 절단술 이외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었지요. 이번 실험결과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뚜렷한 대안이 없는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2006년 박 교수는 줄기세포에 관한 세계적 잡지인 ‘Stem Cells’에 버거병 환자에 대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혈관세포로 분화시키는 데 성공한 후 이를 말초혈관 폐색 실험동물에 적용해 얻은 놀라운 결과가 포함됐다. 특히 타인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에게 적용해 얻은 결과가 포함돼, 세계적으로 유일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의 임상 적용 예로서 이후 많은 논문들에서 인용되고 있다.

“실험모델을 만들고, 실험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자료로 남기고 하면서 참 치열하게 연구했던 것 같아요. 그 모든 결실이 지금 각국의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니 뿌듯합니다. 사실 이 실험 결과가 교과서를 바꿀 만한 내용이에요.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몸에 들어오면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게 당연한데, 사람의 줄기세포가 같은 사람끼리뿐 아니라 종이 다른 쥐나 개 실험에서도 거부반응이 없다는 건 지금까지의 면역학적 이론으로는 안 맞는 말이거든요.”

2008년 세계 간담췌외과학회(IHPBA)에서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간경변 실험 쥐와 환자에서의 효과’라는 논문으로 최우수 구연 논문상을 받은 박훤겸 교수는 2009년부터 독창적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월드(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등 세계 3대 인명사전에도 등재됐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탯줄 혈액인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내는 것이어서 윤리적인 문제가 없고, 타인의 것을 사용하더라도 조직형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시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지만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 전 의료진과 긴밀히 연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으니, 불치병 치료의 꿈은 꼭 이루어질 겁니다!”

image박 교수는 버거병, 간경변증뿐 만 아니라 루게릭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응급임상경험 결과도 고무적이다. 지금도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외래 환자 진료는 물론이고 간담췌외과 특성상 긴 수술과 응급수술을 병행해야 하는 요즘도 그는 일주일에 한 번은 밤늦게까지 어김없이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입한다.

난치·불치병 치료를 위한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알기에 환자, 그리고 임상실험용 쥐 ‘환쥐’ 와의 끝없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박 교수는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지도교수들이 그랬듯, 자신 또한 후배들에게 좋은 안내자 역할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직도 실험실에 들어설 때마다 떨리고 설렌다.

새벽 2시에 귀가해서 6시에 출근하던 전임의 시절에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도, 박훤겸 교수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본을 잊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를 바지런히 행동으로 옮긴다. 그것이 그의 환자 사랑 방식이다.

글/윤진아 사진/권용상

[안녕하세요,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201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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