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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실천, 국경을 넘다 - 비뇨의학과 박해영 교수, 신경과 김희진 교수, 안과 강민호 교수

죽을병에 걸려도 진료는커녕 의사를 만나기조차 어려운 게, 현재 지구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겪는 고통이다. 아픈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디딘 첫발에 시간이 쌓였다. 의사로서의 사명은 오지와 나라 안팎을 구분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내민 손길에 동행자가 늘며 점차 더 많은 사랑이 포개졌다.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들의 사랑 실천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전 세계 이웃을 향해 펼쳐지고 있다. 비뇨의학과 박해영 교수, 신경과 김희진 교수, 안과 강민호 교수는 “너무나도 당연한 의사의 길”이라고 말한다.

글. 윤진아 사진. 박찬혁

사랑 실천, 국경을 넘다 - 비뇨의학과 박해영 교수, 신경과 김희진 교수, 안과 강민호 교수

의술(醫術)과 인술(仁術)의 조화를 꿈꾸다 - 박해영 한양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은퇴 이후엔 건강이 허락한다면 의료 소외국가로 나가서 현지 의료인 양성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구한말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제 우리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으니, 돌려줘야죠. 남성과학, 요석, 전립선 질환 분야 권위자인 박해영 교수는 올여름 한양대학교 동문봉사단 ‘함께한대’의 단원이 되어 캄보디아에서 인술을 펼쳤다. 수도시설이 열악해 수질이 나쁜 우물물을 길어다 쓰는 캄보디아인들은 혈압, 당뇨, 관절염 같이 흔한 질병은 아예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8일간의 일정 첫날부터 환자는 북새통을 이뤘다.

“‘함께한대’가 매년 여름엔 캄보디아, 겨울엔 베트남으로 봉사하러 가는데 저와는 번번이 시간이 맞지 않았어요. 방학 시즌이 되면 비뇨의학과 환자들이 미뤘던 수술 일정을 잡는 터라 제일 바쁠 때거든요. 내년 2월이면 은퇴하는데, 함께한대와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 기회라고 여기고 일정을 맞췄죠.”

의료봉사팀, 적정기술연구팀, 주거건축개선팀, 영유아교육지원팀, 교육팀 등으로 나눠 일사불란하게 전방위 봉사가 이루어졌고, 박해영 교수는 내과, 외과 진료를 총괄해 맡았다.

“비뇨의학과 환자만 볼 환경이 안 됐거든요. 협소한 공간에 부족한 시설이지만 가능한 많은 도움을 드리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함께한대 멤버이기도 한 천종기 씨젠의료재단 이사장님이 임상병리사 파견을 지원해주셔서 간기능, 혈액, 당뇨, 성병, 소변검사 등 모든 환자의 임상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건강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 주고요.”

믿고 찾아와 생명을 맡기는 환자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온 정성을 쏟는 것이었단다. 한 명만 더, 한 명만 더, 따뜻한 욕심이 이어졌다. 근심 가득했던 환자들이 후련한 표정으로 걸어 나갈 때의 보람이야말로 더없는 에너지원이 되어주었다고. 의대생 시절 무의촌 지역에서 시작한 박해영 교수의 봉사활동은 백발이 성성해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짬을 내어 정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를 하고 있어요. 건강이 허락한다면 은퇴 이후엔 의료 소외국가로 나가서 현지 의료인 양성에 힘을 싣고 싶습니다. 저는 진작에 꿈을 다 이뤘어요. 개원 대신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하며 훌륭한 후배 의사들을 길러냈고, 환자들과 제자들에게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받았지요. 정년 이후에는 이 행운을 아낌없이 나눠, 제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의료봉사를 하며 지낼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도 구한말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제 우리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으니, 돌려줘야죠.”

 

흙, 바람, 사막에 ‘생명’을 심다 -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 퇴행성 질환, 뇌혈관 질환 전문의인 김희진 교수는 4년 전부터 매년 몽골로 의료봉사를 떠난다. 올여름도 휴가 대신 3박 5일 일정으로 몽골에 다녀왔다. 초원과 바람의 나라 몽골은 긴 겨울과 추위로 환경이 척박하다. 젊은 사람들도 일찍부터 파킨슨병, 뇌전증 등의 노년층 질환을 앓고, 말을 타다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환자들도 많다.

“보통 120/80㎜Hg를 정상혈압으로 보는데 몽골은 200㎜Hg을 훌쩍 넘는 사람이 많고, 고쳐야 한다는 인식도 없어요. 창창한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람도 많죠. 작년에 이어 올해 가봤더니, 1년 사이에 혈압이 조절되고 눈에 띄게 건강해진 환자가 많아 반가웠어요. 몸소 변화를 체감하고 느낀 게 있었는지, 일가족 여덟 명을 데려온 환자도 있었죠(웃음).”

지난해 들것에 실려 왔던 30대 뇌졸중 환자는 할머니, 아내, 자녀, 사촌 등 3대와 함께 두 발로 찾아와 보람을 안겼다.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스스로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분이 많아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상담에 특별히 신경 썼어요. 또, 작년에 보니 진료 중에 경련을 일으키는 환자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경련성 질환에 적절한 치료약을 많이 챙겨갔어요.”

약 조달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몽골 정부는 해외허가약제 반입을 매 우 엄격하게 규제한다. 특히 신경과 약은 일일이 처방을 받아야 하는 터라,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여지없이 압수당하고 공항에 계류되기까지 했다. 현지 사정을 자세히 모르고 다녀왔던 초창기와 달리, 몽골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의료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 김희진 교수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음 의료봉사를 준비하고 있다. 좀 더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바쁜 일정 틈틈이 몽골어도 배우고 있다.

“잔뜩 긴장하던 환자들이 ‘새응배노(Сайн байна уу, 안녕하세요?)’ 한마디에 마음을 활짝 열더라고요. 더 친근하게 한 발 더 다 가가며 환자와 교감하는 주치의가 되어드리고 싶어요. 교육은 반복해야 효과가 높은 만큼, 내년부터는 몽골어로 된 강의 자료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매년 휴가를 의료봉사에 통째로 헌납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한번 가면 매일 300~400명의 환자를 봐요. 사흘이면 최소 900명의 아픔을 덜어드릴 수 있는데, 고민할 이유가 없죠. 내가 가진 작은 능력을 필요한 사람을 위해 썼더니, 그분의 가족과 이웃까지 화목해 졌어요. 이 멋진 선순환을 몸소 경험했는데, 멈출 수 있나요?(웃음)”

 

의로운 뜻을 실천하는 의사를 꿈꾸다 - 강민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안과 교수

외안부, 굴절교정, 백내장 분야 전문의인 강민호 교수는 올해 미얀마에서 6박 8일간 개안수술 봉사를 펼치고 돌아왔다.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일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따라갔지만, 이제는 혼자서도 열심히 다닌다. 실명의 기로에 선 환자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백령도나 연평도 등 국내 도서지역 의료봉사를 해오던 중, 은사님이신 송병주 하나안과 원장님이 같이 가자고 제안해주셔서 해외 의료봉사팀에 합류했어요. 실명 위기에 처했지만 진료나 수술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에게 수술을 해드리고 오는 거죠. 농경국가인 미얀마는 뙤약볕 아래 온종일 일하느라 안과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아요. 양안 실명 환자도 정말 많고요.”

하루 70~80건의 수술을 했으니,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수술만 한 셈이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 안과전문의 7명이 같이 갔어요. 우리병원 안과 간호사도 함께했고요. 5명은 수술하고, 2명은 진료를 봤죠. 작년에 왔을 때 안구 주변에 종양이 있던 소아 환자가 있었는데, 우리 팀 교수 중 한 명이 자비로 국내로 데려와 어려운 수술에 성공했어요. 1년 만에 다시 만난 아이가 그새 키도 많이 크고 눈 주변에 났던 큰 종괴도 싹 사라져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국내건 국외건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지, 사실 봉사라는 게 별것 아니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봉사는 지식의 나눔이자 배운 자의 의무’라고 여기는 강민호 교수는 어떻게 하면 일회적인 도움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진료가 가능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잘나서 봉사하는 게 아니라, 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걸 느끼기 때문에 내 마음이 참지 못하는 거예요. 올해로 벌써 네 번째 방문해서인지, 낯설기만 했던 ‘미얀마’라는 나라에 애착도 많이 생겼죠.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미얀마로 가서, 의료인으로서 뭐든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계획이에요. 아내도 동의했죠. (웃음)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의 눈을 밝히는 게 목표입니다.”

세계 곳곳 더 많은 환자의 눈을 밝혀, 눈부신 기쁨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겠노라는 약속에 왠지 믿음이 갔다.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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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 , #박해영 , #김희진 , #강민호 , #파킨슨병 , #뇌전증 , #뇌손상 , #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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