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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의술의 만남 - 빈센트 반 고흐 & 편두통

감각적 환각이 만들어 낸 별빛의 소용돌이

28_소식지_2015_11+12 별이 빛나는 밤, 1889 문진화-교수2

  편두통은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애이다. 진찰이나 검사상 특이한 소견은 없지만 환자가 호소하는 주관적인 통증이 주요 증상으로, 이 통증은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전조 증상을 동반한 편두통은 이를 경험한 예술가들을 통해 작품 가운데 묘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작가로는 강렬한 색과 과감한 붓놀림으로 밤 하늘의 굽이치는 별빛을 표현했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있다.

글. 문진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편두통,타인은 알지 못할 나만의 고통

진료실의 문을 열고 찡그린 얼굴의 중학교 여학생이 부모와 함께 들어왔다. 소녀는 1년 이상 머리가 가끔 아팠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며칠째 계속 아팠다고 한다. 자세히 물어보자 두통이 시작할 때 시야가 흐려지거나 잘 안 보인다며, 완전히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눈 앞에 시야를 가리는 불빛 같은 반점이 나타난다고 한다. 두통이 있을 때는 멀미와 같은 구역질이 심하고 누어서 쉬어야 하지만 두통이 없을 때는 잘 지내는 편이다.

이러한 경우 신경학적으로 다른 위험한 요인들이없다면 전조가 있는 편두통일 가능성이 많다. 편두통은 대뇌나 신체의 다른 기관의 큰 이상이 없으면서 두통 자체가 병인 일차성 두통을 말한다. 대뇌피질의 과민성이 주요원인이고, 혈관 및 신경펩타이드들의 이상도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 이전에는 남녀의 발생비율이 비슷하나 청소년기 이후에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약 10% 이상이 편두통을 호소한다고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의 편두통이 간과되는 경우 적절한 활동에 의한 경험습득이 제한되어 성인기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로는 편두통의 시작 시 조짐(전조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조짐이 있는 편두통은 전체 편두통의 20% 이하이나, 뇌전증이나 드물게는 일과성 허혈성 장애와도 감별하여야 하므로 뇌파나 뇌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주로 시각조짐이 많으며 반짝거림(Sparkles, Stars), 암점(Scotoma), 색점(Coloured Spot), 지그재그선 등으로 나타난다. 시각조짐 외에는 팔다리의 저림이나 구음이상 등이 있는데, 이는 따로 물어보기 전까지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므로 보호자들은 몰랐던 경우가 많다. 조짐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하여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답게 굽이치는 별빛의 비밀

자화상, 1889

자화상, 1889

편두통은 이를 경험한 예술가들을 통해 작품 가운데 묘사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가 편두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흐는 고질적인 편두통과 다른 정신병들의 치료를 위하여 프랑스의 생 레미의 요양원에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1889)>을 그리게 된다.

병실 밖으로 보이는 밤의 정경을 동적인 터치로 묘사한 이 작품은 우주적인 무한함에 대한 상상과 서정성,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며 혼돈과 부조리로 가득한 그의 인생살이를 대변하고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는 약간의 불길함을 드리우고 있지만, 그 밑에 정적으로 묘사된 마을은 비교적 평온해 보인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신경학적인 분석을 해 보자. 이 그림은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지만 밤하늘의 배경에서 묘사되는 굽이치는 밤하늘의 모습은 전체적인 어지러움을 일으키는데(편두통이 있는 분들은 울렁거릴 수도), 특히 그림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우주적인 별빛들은 그가 편두통의 고통 중에서 느꼈던 번쩍거리는 시각 조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신체적으로는 예술가들에게 고통을 주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전체 작품들에 걸쳐 예술적인 영감을 주었던 편두통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존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창작을 통하여 개인적인 경험으로 감추어질 수 있었던 고통을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를 위한 위로의 과정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예술이란 인간의 경험에 대한 해석과 승화의 과정이 아닌가?


 

많은 편두통 관련 사이트에서 환자들과 예술가들의 편두통 관련 작품들(Migraine Art)을 전시하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다음 사이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www.migraine.org.uk/press-media/migraine-art/)

 

예술과 의술의 만남 | 명작을 남긴 화가의 질환이 작품과 삶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오늘날의 치료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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