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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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찾아오는 중독] - 신장내과에서 치료하는 급성 중독의 사례들

대개 독성 물질을 음독한 환자는 응급의학과에서 주로 담당하여 진료한다. 하지만 급성 중독 물질 중에서 혈액투석으로 제거할 수 있거나, 중독 물질이 고음이온차 대사성산증을 일으키는 경우 신장내과에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응급실에서부터 응급의학과와 함께 진료하게 된다. 신장내과에서 치료하는 중독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글. 이주학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장내과

파라쿼트 중독

파라쿼트는 일반적으로 흔하지 않지만, 외국의 몇몇 나라에서는 판매 및 유통이 금지된 ‘농약’ 성분 중에 하나이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인근은 경기도 동북부의 농촌 지역이 형성되어 있어, 1년에 평균 1~2명의 파라쿼트 중독 환자를 만나게 된다. 이 환자들은 대부분 자살 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파라쿼트는 10cc만 음독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고, 그 증기를 흡입만 해도 폐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파라쿼트 중독의 대표적인 손상 장기는 폐와 신장으로 환자가 파라쿼트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의료진은 모두 N9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료를 해야 한다. 환자의 파라쿼트 음독 사실을 모를 경우에는 보호자로 하여금 농약병을 가져오게 하여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

파라쿼트 중독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임상 양상은 입 주위가 파랗게 변하는 것이다. 음독 후 2~4시간이면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이때 사용하는 혈액투석 필터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필터와는 다르게 혈액에서 파라쿼트를 제거하는 용도의 ‘흡착’을 위한 특수한 필터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대부분의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데, 초기 치료가 잘 되어 신장기능이나 전신상태가 양호하더라도 폐섬유화증이 진행하여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서 있었던 증례로 중년 여성이 자살 목적으로 파라쿼트를 음독하여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가족들이 가져온 농약병으로 성분을 파악하고 위세척을 위한 기도 삽관 및 각종 수액치료 그리고 응급혈액투석을 위한 도관삽입을 하고 혈액투석을 시행하였다. 환자의 상태가 다행히도 안정적이어서 기도 삽관을 제거했는데 환자가 “실은 가족들 앞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깨끗하게 씻은 파라쿼트병에 물을 넣어서 마셨다”고 울며 고백했다. 치료받는 게 너무 힘들고 무섭다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파라쿼트를 소량 음독해도 치명적인 중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였다.

메탄올 중독

메탄올은 에탄올인 술과 화학적으로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으나, 음독하였을 경우 간에서 대사되어 나오는 부산물이 에탄올과는 다르게 강력한 독성을 지닌다. 즉, 메탄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메탄올이 간에서 분해되면서 나오는 부산물이 혈중에서 아주 강력한 독성 작용을 일으켜 실명, 신부전, 대사성 산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메탄올은 우리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보통 유리 세정제의 주성분이다. 흔히 파란색의 액체로 자동차 와이퍼 세정액이나 가정 혹은 학교에서 유리창을 닦을 때 사용하는 분무식 용기에 담겨 있다. 주로 자살 목적 혹은 음료수로 착각하여 음독하는 경우가 많다. 음독 시에 구강에서부터 빠르게 흡수되어 간에서 분해가 되는데 치료에 있어 역설적인 것은 ‘술(에탄올)’을 환자에게 먹이는 방법을 임상에서 시행한다.

그 이유는 술(에탄올)이 메탄올과 간에서 경쟁적으로 분해되고 메탄올이 덜 분해되게 만들어 그 부산물의 양은 적게, 속도는 천천히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혈액투석 치료를 통해 신부전이나 대사성 산증을 교정한다. 메탄올의 경우 음독한 용량에 따라서 치사율이 결정된다.

음독 환자에게 실시하는 혈액투석의 원리

신장내과에서 실시하는 치료법

  • 혈액투석 :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요법. 반투과성으로된 필터에 통과시켜 혈액 내 약물 제거.
  • 혈액관류 : 환자의 혈중 약물 및 독소를 제거하는 요법. 혈액투석으로 제거하기 힘든 물질을 위주로 적용됨.

출처 : MSDmanuals

에틸렌글리콜 중독

에틸렌글리콜은 메탄올과 비슷한 독성작용을 나타내며 치료도 비슷하다. 에틸렌글리콜 음독 시에는 역시 구강에서부터 흡수가 진행되나, 치료에 있어서는 메탄올 중독의 경우처럼 ‘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에틸렌글리콜 중독은 자살 목적이 아닌 물이나 음료수로 착각하여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분들이 컵에 들어 있거나 음료수병에 들어 있는 부동액(에틸렌글리콜)을 음료수와 착각하여 음독하는 경우가 많다. 메탄올 중독과 비슷하게 신부전 및 대사성 산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혈액 투석 치료를 한다.

아스피린 중독

아스피린 중독은 소아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미국에서 연간 20,0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 서비스의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진통제, 해열제 정도는 집안에 언제든지 구비해두고 있다. 따라서 소아들이 부모 모르게 과량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아스피린 중독도 과량 복용 시에 신부전 및 대사성 산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독성 물질의 중독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 및 보호자는 환자가 어떤 물질을 음독했을지 알 수 있는 병이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성 물질은 어렵게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흔하게 있는 액체나 약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아가 접근할 수 없어야 하고, 절대로 먹을 수 없는 물질을 음료수통이나 컵에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2017.09.01

태그

#중독 , #음독 , #농약 , #혈액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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