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구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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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가 조지 웨슬리 벨로우스와 복막염

미국 화가 조지 웨슬리 벨로우스는 20세기 미국 화가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1825년 뉴욕시에서, 천공된 충수염을 치료하지 못하고 복막염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좀 더 오래 활동했다면 나이가 들면서 주제와 화풍이 변화해 더욱 다양하고 훌륭한 많은 작품을 남겼으리라 생각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글. 김한준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외과)

George Wesley Bellows 作

전도유망한 미국 화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은?

George Wesley Bellows화가 조지 웨슬리 벨로우스가 앓은 질환 ‘복막염’은 말 그대로 복막의 염증을 말한다. 매우 간단한 말처럼 들리지만 일반인에게 복막이란 무엇인가? 염증이 무엇인가? 하고 물어본다면 십중팔구는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듣게 된다. 복막은 복부에서 복강과 복부 장기들이 둘러싸는 가장 안쪽 벽이다. 이는 얇은 막과 같은 구조로 복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이다.

복막이 둘러싼 공간을 복강이라 하고 이 안에 복부 장기들이 위치한다. 복막에는 감각신경이 분포하여 통증을 느낀다. 한편, 염증은 인체가 여러 가지 자극(병균, 손상, 또는 화학물질) 등에 노출되면 이에 대응하여 인체의 면역세포, 혈관, 그리고 화학적 매개체 등이 관여하여 일어나는 반응이다. 쉽게 말하면 인체에 가해지는(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극이 아닐 수도 있다) 자극에 인체가 반응하는 정상적인(정상을 넘어선 과도한 반응일 수도 있다) 반응이라는 것이다.

염증은 열감, 붉어짐, 부종, 동통과 함께 기능의 이상을 그 특징으로 한다. 복막과 염증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복막염도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복강에 균을 포함한 어떠한 자극(위액, 담즙의 노출 등 균이 없는 화학적 자극을 포함)이 가해졌을 때 복막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이 복막염이다. 복강은 정상적으로는 균이 없는 공간이다. 복강 내의 장기 중 소장과 대장의 내부에는 균이 있을 수 있으나 장관 밖의 복강은 균이 전혀 없는 공간이다. 임상적으로 대부분의 복막염은 복강 내에 균이 노출 되었을 때 발생한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복막에는 신경이 있으므로 복막염은 통증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충수염(흔히 맹장염으로 알고 있는)이나 게실염, 위장관 천공 등에서 균주를 포함한 깨끗하지 않은 물질들에 노출되면 매우 심한 복통을 느끼게 된다. 통증 과 함께 열이 나고 장관의 움직임이 저하되어 오심, 구토 등을 유발한다. 염증의 범위가 넓으면(범발성 복막염) 그에 비례하여 많은 염증 물질로 인해 전신 상태의 저하(이를 테면 패혈증) 등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패혈증은 말 그대로 피가 부패한다는 의미로 혈액 내에 병원체가 숙주의 면역체계를 이기고 번식하여 전신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장기의 기능 부전에 빠져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충수염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의료시스템이 발달한 현대 국가에서는 쉽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병이 되었으나 수술하지 않을 경우에는 충수의 천공으로 복막염이 진행되고 예전에는 사망할 수 있었던 ‘위중한’ 질환이었다. 충수염 이외에도 담낭염, 위, 십이지장 궤양의 천공 등 소화관 내용물의 유출로 복강이 오염되면 복막염이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역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응급 상황이다. 복막염은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개복하여 복막염의 원인이 되는 상태를 교정하고 복강 내 오염을 세척하면 많은 경우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외과의로 일한 20여 년간 정말 많은 충수절제술을 했다. 현대의학에서는 비교적 ‘쉬운’ 질병인 충수절제술은 과거 1846년 이전에는 전신마취가 시행되지 않은 채 절개를 했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꽉 잡고 있기 위해 수술에는 많은 조력자가 필요했다고 한다. 최근 대부분의 충수절제술은 마취를 하고 복강경을 이용해 작은 구멍을 내고 시행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이렇게 ‘쉬운’ 질병인 충수절제술에도 이렇게 많은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다시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의 후배들은 어떤 치료방법을 배우게 될까? 의학은, 외과는 아직도 발전 중이다.

2020.03.12

관련의료진
외과 - 김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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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막염 , #충수절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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